220705_매일경제_혁신·비용-충돌하는-기술-난제…MBSE가-강력한-돌파구.pdf (94 downloads)
스테판 시루 다쏘시스템 글로벌 하이테크 부사장
3D모델링으로 시스템 시각화 빈틈없는 결과 예측 가능해져 LG전자 등 `기술 초격차` 일조
반도체·배터리 선도하는 한국 MBSE 도입땐 비용 확 낮추고 지속가능한 유지·보수도 가능
“40여 년 전 항공·자동차 업계에서 시작한 3차원(3D) 모델링이 이제는 도시와 기반시설 부문까지 진화했습니다. 기술의 복잡성이 커질수록 정교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록히드마틴·제너럴일렉트릭(GE)·BMW·보쉬·화이자. 방위산업과 자동차, 바이오, 가전 등 하이테크를 다루는 세계적 기업들이 기술적 복잡성 난제에 빠졌을 때 주저 없이 이 기업에 SOS를 보냈다. 독보적인 3D 설계·엔지니어링 솔루션을 보유한 다쏘시스템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의 글로벌 하이테크 부문을 맡고 있는 스테판 시루 부사장이 최근 방한해 매일경제와 산업계의 관심인 ‘모델 기반 시스템 공학(MBSE·Model-Based System Engineering)’을 얘기했다.
MBSE는 문서 기반의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3D 기반으로 시각화해 제품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부서와 협력업체 개발자들의 소통과 협업을 돕는다. 40여 년 전 항공사와 자동차 산업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된 MBSE는 이제 스마트시티 등 도시와 인프라스트럭처 분야로 무한 확장하며 제품 설계 단계부터 제조, 유지보수 등 생애주기 전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진화했다.
초격차 반도체 공정으로 혈투를 벌이는 삼성전자와 TSMC도 일찌감치 MBSE를 통해 공정의 복잡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최근 다쏘시스템의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MBSE를 도입해, 높은 복잡성이 요구되는 냉난방 시스템 제품의 선행 개발 프로세스에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독일 밀레는 사물인터넷(IoT)을 포함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서로 다른 전장 간 마찰과 제품 개발 기간 증가를 MBSE로 풀었다. 3D 디지털 모델을 통해 체계적인 설계와 접근이 가능했고, 결과적으로 연구개발 비용 감소 등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
“한국은 세계적 하이테크 산업이 포진해 있습니다. 다쏘시스템에서 제가 관리하는 하이테크 부문은 반도체·커넥티드 디바이스·배터리·디지털인프라인데 이 모든 영역에서 한국은 시장 리더입니다. 한국과 MBSE는 정말 이해가 잘 맞는 궁합이죠.”
그는 고객사 관계 때문에 구체적인 한국 고객 리스트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상당수 선도 기업이 고객사로 MBSE를 현장에 적용하고 있음을 다양한 테크 영역 사례로 시사했다.
“MBSE 효과에 대한 저명한 분석이 있습니다. MBSE의 투자자본수익률(ROI)을 분석한 결과 5년간 1달러당 3.6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소비자 만족과 품질·수명관리 향상이라는 목표와 비용은 ‘상충’ 관계인데 MBSE는 이를 해소합니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유지관리까지 사전에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올바른 개념 설계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록히드마틴의 경우 MBSE를 통해 비용 절감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유지보수 업무 환경을 구축했다. 지속성이 중요한 다수의 프로그램이 기체에 결합돼 있는데 팀원들이 회사를 떠나면 이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사라지게 된다. 록히드마틴은 모든 정보를 통합·관리·저장할 수 있는 MBSE를 통해 이 같은 지속성 관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최근 LG전자와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맺은 데 대해 다쏘시스템은 “한국의 리딩 기업에 우리 솔루션을 제공해 초격차를 벌릴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상당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세탁기, 에어컨과 같은 가전은 특히나 에너지 효율과 탄소 배출 등 다양한 상충적 목표를 다뤄야 하는데 MBSE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전은 이제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 모든 제품과 스마트홈으로 연결됩니다. 다른 제품과 소통하고 호환이 돼야 하죠. 하이테크 제품은 또 복잡한 공급망을 가지고 있죠. 이 공급망에서 탄소 배출 저감 목표도 추구해야 합니다. 가전이 실제 현실로 태어나기 전에 가상세계에서 이 모든 과정을 미리 모델링하고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MBSE는 그래서 기업의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전략을 충족하는 접근이기도 합니다.”
그는 최근 글로벌 산업계 트렌드 중 하나로 초거대화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MBSE 모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데이터센터야말로 스케일업이 될수록 복잡성이 급격히 증가하죠. 우리는 MBSE 기반의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심지어 데이터센터 내 공기 흐름까지 사전 예측해 이를 설계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다쏘시스템을 정의하는 단어는 바로 ‘연구개발’ 역량입니다. 지난 40여 년간 기술의 진보가 야기하는 복잡성 문제를 우리의 모델링·시뮬레이션으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MBSE는 바로 그 솔루션의 한 부분입니다.”
그는 세계 하이테크 부문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포진한 한국 시장에서 다쏘시스템의 솔루션이 해당 기업들의 기술 초격차는 물론 공급망 관리에서도 기여할 수 있음을 거듭 자부했다.
[이재철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